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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한국 SF계의 일각에 만연한 친목질과 패거리주의, 그리고 소설 외 타 매체에의 과도한 편향을 통한 SF의 본질 오도 및 팬덤 헤게모니 추구 등에 반대하며, 대안 제시를 위한 마중물이 된다”를 기치로 창간된 1인 SF 팬진 alt. SF는 지난 n20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합니다.

오늘 낮, 일과 중에 잠시 스마트폰으로 메일 계정을 열었다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보낸 아래의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편지

저희는 해당 특집 기사가, 공표된 저작물에 대해 보도 및 비평을 위한 인용을 하였으며, 인용된 ‘악스트’의 인터뷰 질문이 해당 특집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적었고(‘악스트’의 질문과 본지의 번역이 글자 수가 차이나긴 하지만 그건 ‘악스트’의 질문이 바보 같은 생각과 의도를 말만 부풀렸기 때문이 아닙니까?), 해당 기사에서 인용은 주된 내용이 아닌 보조적이며 예시적인 역할로서 본지의 기사가 주(主)이고 ‘악스트’의 질문은 종(從)이었으며, 인용저작물 중에서 피인용 저작물이 인용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 구별될 수 있도록 하고, 인용 부분에 대하여 출처를 명시하였으며, 수정하거나 개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법적인 판단은 이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과는 다르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기에 퇴근 후 지금까지 생각한 끝에 문을 닫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익명으로 운영하는 팬진으로서, 이후로 정말 저작권법을 위반한 인용이었는지 가리기 위한 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은 사실입니다만, 그보다는 이 모든 일이 지겨워졌고 지쳤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지난 호의 해당 기사가 부른 논란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1월 중순까지 거의 작성되었는데(그러니까 ‘악스트’의 인터뷰에 대한 거의 즉각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기사가 업데이트된 2월 중순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지난 달의 실시간적인 거부감과 반감이 충분히 식은 시점이었습니다. 시간에 따른 온도차가 당혹스러울 수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01 02

뭐하는 잡지인지는 이전 호들의 기사를 읽어보면 되었겠지만, 해당 기사의 어조에 이미 반감을 가진 분들이 그러기는 쉽지 않았겠죠. 평소 본지를 읽어오신 분들에게는 alt. SF가 하던 짓 또 했네, 정도였겠지만, 이번 사태 이후 본지의 해당 기사만 처음 읽으신 분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지가 듀나에게 매우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n13호의 특집 기사와 인터뷰는 팬진으로서만이 할 수 있는 팬질이었다고 기쁘게 추억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소중한 듀나님에게 감히 무례하다니! 나의 듀나짱은 그러치 않아! 같은 거창하고 진지한 복수심으로 쓴 기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시대에 뒤떨어지고 자기들 바깥에 대해서는 아는 것 없으면서 자신들이 아직도 뭔가 의미 있는 존재이며,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한 작자들이 놀려먹기 딱 좋은 바보짓을 했으니 그에 합당한 반응을 돌려드렸을 뿐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문단에 대한 열등감의 폭발이라는 헛소리는… 대꾸할 가치도 없습니다. ‘악스트’야말로 듀나와, 자신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SF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형편없는 인터뷰로 장렬히 열폭했던 것 아닙니까?

아마 법적인 절차가 부담스럽기만 하다면 그냥 지난 호의 특집 기사는 현재의, 인터뷰 질문들만 삭제한 편집본으로 놓아두고 계속 운영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저작권법 다음은 무엇일까요. 명예훼손? 진실허위사실 유포? 이런 일을 겪고도 계속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해 어리석다고 말하고 머저리 같은 견해에 대해 머저리 같다고 말하고 거지같은 글에 대해 거지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러지 못할 바에야 뭐하러 계속 이 바윗돌을 정상까지 굴려 올라가야 합니까?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 두 달에 한 번씩 한 달 이상 다음 특집은 무엇으로 할지 머리를 싸쥐고, 쳐다보는 것도 괴로운 온갖 헛소리들과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짝퉁 SF들을 읽고, 나머지 한 달은 헛소리를 헛소리라고, SF가 아닌 것을 SF가 아니라고, 당연한 것은 당연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않다고 글 쓰느라 퇴근하고 쉬지도 못하고 밤을 새우고, 예정보다 한참 늦어서야 업데이트를 한 다음에는 다시 또 다음 호를 생각하며 또다시 괴로운 두 달을 보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간이 아니라 휴간하는 것은 끝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어리석은 미련과 아쉬움 때문입니다. 아직도 SF가 아닌 것을 SF라고 우기고, SF가 뭔지도 모르면서 SF가 뭐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SF에 대해서, SF가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고 화끈하며 짜릿한지에 대해서 우리가 아직 채 못다 나눈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모로 부족했던 본지를 분에 넘치게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본지의 주제넘은 독설로 마음 상하신 모든 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P.S. ‘악스트’는 빼고요.

2016년 2월 18일
alt.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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