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1년간 출간된 SF 단행본들을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자료를 통해 나열해보자면,

1월
{19 씩씩하게 아픈 열아홉} 감성현, 새파란상상
{미러 댄스}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씨앗을뿌리는사람
{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황금가지
{암흑을 저지하라} 스프레이그 드 캠프, 불새
{힉스-감정파동} 이창근, 이상철, 책과나무
{세상의 생일} 어슐러 K. 르 귄, 시공사

2월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집} 김종일 외, 황금가지
{피프스 웨이브} 릭 얀시, 알에이치코리아(RHK)
{캔자스의 유령} 존 발리, 불새

3월
{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열린책들
{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카쿠, 엔조 도, 민음사
{던-중력의 낙원} 히라노 게이치로, 문학동네
{이웃집 슈퍼히어로} 김보영 외, 황금가지

4월
{잔상} 존 발리, 불새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에이콘출판

5월
{아크투르스로의 여행} 데이빗 린지, 부크크
{신의 코드 DNA} 이봉진, 지식과감성#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필립 호세 파머, 불새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기적의책

6월
{거대 괴수 앤솔로지} 전혜진 외, 에픽로그
{메트로 2033 유니버스:사라진 태양} 안드레이 디야코프, 제우미디어
{헤일로:리치 행성의 함락} 에릭 나이런드, 제우미디어

7월
{킬 오더ㅣ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문학수첩
{헤일로:플러드} 윌리엄 C. 디츠, 제우미디어
{마션} 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RHK)
{레이 브래드버리} 레이 브래드버리, 현대문학
{메모리}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씨앗을뿌리는사람
{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 폴라북스(현대문학)

8월
{슬랜} A.E. 밴 보그트, 불새
{헤일로:선제공격 작전} 에릭 나이런드, 제우미디어
{대영광송} 김병찬, 그랜드유니버스
{엔더스} 리사 프라이스, 황금가지

9월
{단신부임 부장님은 촉수 괴물을 기른다} 카라차, 에픽로그

10월
{조커가 사는 집} 이영수(듀나) 외, 작은책방(해든아침)
{헤일로:오닉스의 유령} 에릭 나이런드, 제우미디어
{대재난} 르네 바르자벨, 은행나무
{썬더맨} 배정빈, 북랩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아작
{세기말 하모니} 이토 게이카쿠, 알에이치코리아(RHK)
{이순신의 나라} 임영대, 새파란상상
{옆집의 영희 씨} 정소연, 창비
{페이즈2-굶주린 사람들} 마이클 그랜트,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제네시스} 엄세원, 좋은땅

11월
{이중 도시} 차이나 미에빌, 아작
{허공에서 춤추다} 낸시 크레스, 폴라북스(현대문학)
{첫숨} 배명훈, 문학과지성사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황금가지

12월
{스타워즈:새로운 희망-공주, 건달 그리고 시골 소년} 알렉산드라 브래컨, 문학수첩

정도로 집계됩니다. SF 독자로서 꽤 즐거운 한해였습니다만 주로 중단편 쪽에서 그랬고, 장편은 의외로 특출난 작품은 없었습니다. 단편집과 수상쩍은 한국 공상과학소설들, 영화와 게임 소설들을 뺀 목록은…

{미러 댄스}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씨앗을뿌리는사람
{암흑을 저지하라} 스프레이그 드 캠프, 불새
{피프스 웨이브} 릭 얀시, 알에이치코리아(RHK)
{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카쿠, 엔조 도, 민음사
{던-중력의 낙원} 히라노 게이치로, 문학동네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에이콘출판
{아크투르스로의 여행} 데이빗 린지, 부크크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필립 호세 파머, 불새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기적의책
{마션} 앤디 위어, 알에이치코리아(RHK)
{메모리}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씨앗을뿌리는사람
{슬랜} A.E. 밴 보그트, 불새
{대재난} 르네 바르자벨, 은행나무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아작
{세기말 하모니} 이토 게이카쿠, 알에이치코리아(RHK)
{이중 도시} 차이나 미에빌, 아작
{첫숨} 배명훈, 문학과지성사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황금가지

… 빈약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5위부터 차례로 꼽아보자면,

5위

대체역사소설의 원조 격인 스프레이그 드 캠프의 타임슬립 모험담은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밀어올리는 지식과 기술의 힘에 대한 순수한 믿음이 빛나는 고전입니다. 시대착오적인 느낌은 발표 당시와 지금 사이의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차라기보단 과학 기술을 바라보는 당대와 지금 관점 사이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시차 때문일 것입니다. 중반 이후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고 그러다 결말은 또 돌연 뜬금없는 감이 없지 않지만, 문학적 중압감에 짓눌리기 이전 SF 특유의 활기는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4위

{미러 댄스}는 시리즈 전체에서도 마일즈가 드디어 어설픈 댄다리 용병단 제독에서 벗어나 좀더 진지하고 복잡한 모험에 나서게 되는 중요한 분수령이지만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난 SF입니다.


 

3위

배명훈 씨의 네 번째 혹은 여섯 번째 장편 SF를 올해의 SF 3위에 올립니다.


 

2위

다른 작가로 대체할 수는 없을지 위의 목록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거듭 들여다보았습니다만, 도저히 다른 대안을 찾을 수가 없군요. 대안 SF에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니 {메모리}는 지금까지 출간된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에서도 읽는 재미가 가장 쏠쏠한 SF입니다. 이 작품에 필적할 것은 {마일즈의 유혹}과 {남자의 나라 아토스} 정도가 떠오르는데, 그래도 {메모리}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1위

도대체 우리는 SF를 왜 읽는 걸까요? 앤디 위어의 첫 장편 SF는 그 질문에 대한 모범 정답 중 하나입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을 이용해서 우주 전체와 맟서 생존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마크 와트니의 긴 그림자 속에는 SF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화성에 떨어진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미국 전체가, 심지어 국경을 넘어 중국까지 터무니없는 자금과 자원을 쏟는다는 나이브한 설정에 대한 비판이나 너무 뻔한 대중 영합적 선정일지 모른다는 노파심, 너무 현실에 근접한 근미래가 눈에 걸린다는 생각 등은 그저 심술궂고 위악적인 딴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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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다시 크리스마스에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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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솔직히 이건 좀 너무 아쉽지 않습니까?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올해는 최고의 단편집도 꼽아 봅시다.

올해 출간된 단편집들 중에서는,

{세상의 생일} 어슐러 K. 르 귄, 시공사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집} 김종일 외, 황금가지
{캔자스의 유령} 존 발리, 불새
{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열린책들
{잔상} 존 발리, 불새
{거대 괴수 앤솔로지} 전혜진 외, 에픽로그
{레이 브래드버리} 레이 브래드버리, 현대문학
{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 폴라북스(현대문학)
{조커가 사는 집} 이영수(듀나) 외, 작은책방(해든아침)
{옆집의 영희 씨} 정소연, 창비
{허공에서 춤추다} 낸시 크레스, 폴라북스(현대문학)

정도를 후보작에 올릴 수 있겠습니다. 이중에서 최고 3권을 고른다면,

3위

발랄하기는 {캔자스의 유령} 수록작들이 더 발랄하고 경쾌할지 모르겠지만, [분지 속에서]를 제외한(그렇다고 [분지 속에서]가 딱히 처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세 편의 묵직한 단편들만으로도 {잔상}은 2015년만이 아니라 한국 SF 독서계 전체에서 한 획을 긋는 단편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임니다. 하물며 표제작 [잔상]은 말할 것도 없고요.

2위

alt. SF가 선정한 올해의 단편집 2위는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입니다. 추억의 단어 ‘리보 훵크’ 기억하십니까? 펑키하거나 훵키한 편은 아니지만, 차분한 어조로 침착하게 생명 공학을 중심으로 한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이 세상과 그 안의 모든 삶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꼼꼼하게 추적한 이 중단편집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읽힐 것입니다.

1위

근 일 년여 전에 출간된 이 단편집에 대한 SF 독자 여러분의 기억이 아무리 흐릿해졌을지라도 alt. SF는 광야에서 외치는 반향 없는 소리일 지언정 꿋꿋하게 목놓아 외치겠습니다. 아직도 어슐러 K. 르귄의 이 눈부신 단편집을 안 읽은 사람은 어디 가서 SF 독자라고 감히 자임하지 말라고. 예전에 리뷰했었지만, 수록작 가운데 한 편도 버릴 게 없으며, 한 편 한 편이 모두 어슐러 K. 르귄 뿐아니라 SF에 대한 우리의 생각마저도 다시 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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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정말로 내년 크리스마스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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