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없습니다. (2)

 

 

 

 

 

 

 

 

 

 

 

 

 

 

 

 

 

 

 

 

 

 

 

 

 

 

 

 

 

 

 

 

 

 

다음에 언젠가 한 번 더 길게 언급하겠지만 한국에서 스페이스오페라라는 용어는 오해와 오용의 십자가에 못박혀 수난과 고난을 겪고 있는 단어입니다. 지못미 스페이스오페라 여기에서도 일단 타이틀에 따라 스페이스오페라가 아닌 작품부터 걸러봅시다. 스페이스오페라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스페이스오페라가 SF의 하위 장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4화 IN UNIVERSE :생 - 반지/코스모스 작가 4화 IN UNIVERSE :생 – 반지/코스모스는 영화 “2001:스페이스오디세이”의 영향이 희미하게 느껴지는 판타지입니다. 우주를 바다로 치환한 상상력은 진부하고, 그림이 예쁘긴한데 그뿐입니다.

5화 살류트 - 이승찬 작가 5화 살류트는 영화 “그래비티”가 스페이스오페라도, SF도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스페이스오페라도, SF도 아닌 만화입니다. ‘우주 특집’이라는 타이틀에는 걸맞아 보이는군요. 샬루트 내부 공간이 너무 여유가 많아 보이고, 혼자서만 근무한다는 설정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만, 우주 소재 드라마로는 무난합니다.

13화 인터뷰 - 한나 작가 13화 인터뷰에서 ‘수퍼 스페이스 필라’의 형상은 박무직지홍 씨의 ‘HOTEL : SINCE2079’를 떠올리게 하는데, 초거대건축물이 대개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그러려니하겠지만, 생뚱맞은 반개발-반기술주의 테러단은 뭐하자는 건지 아리송합니다. 댓글란에서 이야기되고 있듯이, 무언가 비판은 하는 거 같은데 비판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망한 작품입니다. 도대체 ‘테러 무서워여’가 주제입니까, ‘우주 개발 싫어여’가 주제입니까?

7화 잔향 - 모래인간 작가 7화 잔향은 그림체만큼이나 무성의하고 게으른 작품입니다. ‘막상 보면 누구나 콧방귀 뀔 정도로 별 볼 일 없고 시시’한 기록을 위해 ‘사관’이라는 무지막지하게 시대착오적인 이름으로 사람 하나를 궤도에 띄워놓는 세상은 도대체 얼마나 멍청한 세상입니까? 멸망해도 쌉니다. 밖에서 보면 일인승 미니 로켓 같은데 안에서 잡은 장면으로는 우주 정거장급인 신비로운 고무고무 우주선 정도는 그냥 애교로 봐줘야겠죠.

11화 지구로 가는길 - 김이랑 작가 11화 지구로 가는길은 지구에서 1광년 안에 있는 글리제 1581-B라는 가상의 행성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벌써부터 폭탄 꽝!의 냄새가 스멀스멀하지 않습니까?) 기차를 타고 우주 여행하는 이야기를 꺼냈으니 별 수 없이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인용하는데, 대학생 연애 로맨스물로는 괜찮지만 도대체 우주와 외계 행성들은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설마 애초에 스페이스오페라 자체가 일반 드라마에 우주를 끼얹은 것이라는 사실을 노린 걸까요?

12화 The Genius - 신의철/손두락 작가 12화 The Genius는 영화 “컨택트”와 “인디펜던스 데이”를 짜깁기한 미스터리 음모론 호러물입니다. SF가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제대로 된 SF는 아닙니다. 미국이 추락한 UFO와 외계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신기술을 획득하려 했다는 음모론은 비틀지도 않고 그냥 곧이 곧대로 쓰기엔 너무 닳고 닳은 소재 아닙니까?

10화 내가 죽은 후에 - 카레곰 작가 10화 내가 죽은 후에 역시 상상력이 닳고 닳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행성마다 얻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신비의 워프 에너지부터가 제대로 된 SF로 보기 힘든데, 사후 세계라는 결정적으로 비과학적인 요소까지 끌어들인 결말은 반전이 제법 볼 만하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은 멍청하다는 말 밖엔 안 나옵니다.

9화 너의 감옥 - joana 작가 9화 너의 감옥은 의도적으로 블랙코미디를 노린 것인지 온통 부조리와 모순 투성이입니다. 범죄자들을 뭘 믿고 바깥 우주 개척을 위해 쏘아올리는지, 기껏 돈 들여 쏘아올리면서 도대체 왜 궤도도 제대로 조준 못해서 태양계 여기저기에 떠돌게 했는지, 눈꼽만큼의 이성도 작동하지 않은 부조리한 설정의 연속인 이 세계에서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창작물이라고 할 아침 막장 드라마로까지 넘어가는데, 웃자고 하는 건지 제정신으로 진지하게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3화 DREAM - 태발/김경준 작가 3화 DREAM 역시 게으르고 멍청한 상상력으로는 처지지 않습니다. 웹저널 ‘크로스로드’에서 가려 모은 똥망작들을 다년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SF라는 새로운 쓰레기 서브장르가 태동하고 있는 듯합니다.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다 떠올린 듯한 아이디어들로 점철된 이 계열 작품들은,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작동 원리도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무시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무식 속에서 스마트폰과 앱이 무슨 마법의 열쇠라도 되는 양 재료로 삼아 진부하고 구린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대는 게 특기입니다.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외계에서 보낸 번역기 메신저 앱으로 외계인과 교신한다는 터무니없는 설정에, 외계인 침공으로 세상이 거덜났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를 만났다”고 좋아하는 어이없는 주인공에, 모든 게 꿈이었다는 병신 같은 결말까지 제대로 똥망작 3박자를 모두 구비한 걸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슬금슬금 베르베르 영역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프랑스 대머리 아저씨의 이름을 무단도용한 이 영역은 그 아저씨의 수많은 작품들처럼, 진부한 상상력에 닳고 닳은 클리셰들을 마치 기발하고 참신하고 신기하고 대단한 것처럼 순진무구하게 꾸며내서, 그런 것들 외에는 머리에 제대로 입력이 안 되는 불쌍한 한국인들에게만 기발하고 참신하고 신기하고 대단한 것처럼 감탄을 자아내는 쓰레기들로 가득찬 곳입니다.

6화 SAMPLE - 시니/혀노 작가 6화 SAMPLE이 딱 이 영역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실험실 안에서도 우주복을 입고 있는 건 결말의 반전을 위한 장치라고 이해해주겠는데, 행성 표면에 있는 실험실 안에서 왜 둥둥 떠다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작가도 모르겠죠. 그 대단하신 결말의 반전은 그렇지만 중간 쯤 읽다보면 대충 눈치채고 예상할 수 있는 뻔한 반전 아닙니까? 누가 베르베르 영역 아니랄까봐

1화 엑소더스 - 배진수 작가 1화 엑소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래요. 그놈의 “인터스텔라”, 그놈의 중력. 중력을 이용해서 ‘무려 광속의 0.05%에 달하는 속력’으로 기어가는, 왠지 눈물이 많을 거 같은 ‘중력 감수성 엔진’으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까지 고작 4.3광년인데 왠일인지 제껴놓고지구에서 가장 가깝다는 알파텐타로스오타난 거 아냐?별까지 1만년 걸려 가는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까야될지 망설여질 정도로 다채롭게 무식한데, “결코. 우연으로 생명이 만들어질수는 없소” 운운하며 창조론에 좋아요를 누르는 골 빈 주일학교 놀이의 결말에 이르면 뭐라 더 말할 힘도 없어지고 맙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작품입니다…

2화 우주미아 - 주동근 작가 2화 우주미아는 우주는 미국 거라는 반도의 패배주의가 마음에 들지 않고, 영화 “그래비티”의 뻔한 답습인 도입부도 실망스럽지만, (무엇보다도) 반전이 살아있고, 그 반전을 제시하는 방식도 직접 제시가 아니라 나름 자연스럽게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다른 수많은 망작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8화 Not Alone - 김상민 작가 8화 Not Alone는 절정 부분은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반복된 좀 뻔한 상황입니다만ㅡ아마 직접적으로는 영화 “그래비티”의 영향이겠죠, 앞의 ‘우주미아’와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반전이 작품 전체를 구해냈습니다. “우주선 면허도 아직 못 땄는데!”라든가 “나는 예스벨상 수상자가 될 거야!” 같은 썰렁한 아저씨 개그가 다소 무게를 깎아먹어버리지만, 반전에서 드러나는 주제의 묵직함이 남기는 여운이 꽤 근사합니다.

그나마 괜찮은 작품 두 편 역시 최근 흥행한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의 영향권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ㅡ어쩌면 해당 코너 자체부터가 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에 편승한 것 같습니다만ㅡ한국 SF 만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리지널리티의 결핍이라고 하겠습니다. 특정 영화에 대한 무슨 만화 감상문 같은 작품들은 만화가들이 얼마나 SF 장르에 무지하고 무관심한지 잘 보여줍니다.

도대체 만화가들이 왜 SF를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결국은 소설만 SF고 영화는 SF가 아니라는 말인가? 등의 반론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별로 설득력은 없습니다. SF를 모르면서 왜 SF 만화를 그립니까? 팔리니까? 팔릴 거 같습니까?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영화냐 소설이냐가 아닙니다. 8, 90년대 만화 잡지들에는 할리우드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몇몇 고전 SF 소설들을 배낀 만화들도 있었습니다. 배끼는 게 문제입니다. SF소설과 SF영화는 일종의 수렴 진화로 설명할 수 있을, 서로 다른 뿌리에서 나온 전혀 다른 장르라는 게 본지의 기본 입장입니다만, 여기선 차치하고, 소설이든 영화든, 혹은 게임이나 만화를 통해서라도 SF라는 장르의 핵심에(공통의 단일한 핵심은 아닐 수 있겠지만) 가닿아서, 그렇게 나름대로 SF의 핵심을 정립한 다음에야 주제든 소제든 자유롭게 구사해서 제대로 된 SF를 쓰고 찍고 그리고 만들 수 있을 것인데, 피상적으로 몇몇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빌려다 짜맞춘 작품은 SF냐 아니냐의 여부를 떠나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소설에서도 우리는 유사한 사례를 저 악명 높은 ‘우주항공 과학소설’ 선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해당 장르에 대해 모르면서 그 장르를 표방하는 수작부터가 불순하고 수상쩍지 않습니까? 그 결과물이 시원찮을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한국에서 만화든 영화든 소설이든 SF가 잘 팔리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테니까 불순하고 수상쩍은 시도들에 대해 신경 쓰는 것도 결국은 시간 낭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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