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링월드의 건설자들} 래리 니븐 지음, 김창규 옮김, 새파란상상

{링 월드} 정도 작품의 속편이라면 발표된 지 34년이 지난 뒤라 해도 불안 없이 읽기 힘든데, {링월드의 건설자들}은 꽤 그럴싸한 속편입니다. 전편의 등장 인물들을 다시 불러오지만 상당한 변화와 변형을 주어(특히 루이스 우의 경우는 꽤 심하죠) 새 탐험대가 새로운 긴장감과 함께  출발하도록 했고, 다시 방문한 링 월드도 전편의 설정을 반복하지 않고 몇 가지 재미있는 변칙을 통해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전편의 설정 오류를 플롯의 중심 문제로 전격 채용한 점은 살짝 탄성이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작가의 결단이었다기보단, 서문에서 스스로 밝혔듯 팬들의 성화 덕분이었겠지만요)

이런 조합으로 출발한 이야기가 재미 없기는 힘들 것입니다. 전편이 초문명이 무너지고 야만으로 돌아간 일부 지역에 대한 역사학 혹은 사회학적인 짧은 모험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문명 붕괴 이후의 문명, 생물학적, 기술적으로 분화된 인류들이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진화론과 인류학적인 긴 모험입니다. (심지어 완결된 모험도 아닙니다. 결말은 당면한 위기만 넘겼을 뿐, 루이스 우들의 모험은 후편들로 계속 이어집니다.)

다만 시대적 한계는 넘기 힘들어서, 근래의 스페이스오페라들을 좀 읽은 눈에는 사건이나 배경, 도구들이 다소 고색창연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옥의 티입니다. 레리 니븐 특유의 백인 남성 중심의 편협한 시각은 구제불능이라고 하겠지만요.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 H. G. 웰즈 지음, 최윤영 옮김, 초록달

표제작 중편에 세 편의 단편을 함께 묶은 다소 어정쩡한 선집입니다. 표제작은 완결성 있는 다섯 개의 하위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젊은 연인-부부의 몰락과 복권이라는 사회적 모험을 통해 22세기 영국 사회를 다각적으로 조명합니다.

고장원 씨가 리뷰에서 지적했다시피 개연성 없는 사건 전개(특히 결말!)가 작품의 완성도를 많이 깎아먹긴 합니다만, 그리고 가장 필력을 공들인 부분일 [지하세계]가, 그 제목에서부터 걸작 {타임머신}의 몰록들의 출발점으로 보이는 광휘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그저 빅토리아 시기 영국 노동계에 대한 평범한 스케치일 뿐일 것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불행과 악운 속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거시적인 변화와 전망을 놓지 않으려는 덴톤을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며, 거기에 더해 19세기말 특유의 불안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기대를 놓지 않은 순진한 미래상(유리 지붕에 덮힌 도시 전역에 깔린 무빙 플랫폼과 고층 빌딩들, 그 위로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비행선들)을 접하는 감흥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슷한 주제 의식의 쥘 베른의 {20세기 파리}와 나란히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WEB

 

   [호구] 황태환 지음, 크로스로드 2014년 11월호, 12월호

대학생의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시작해서 순식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연속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맛은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전작 [전자인간]을 연상시키는데, [전자인간]이 엽기적인 코믹과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쪽은 엽기적인 폭력과 범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기한 도구였던 ‘알파 폰’이 주인공을 점차 헤어나올 수 없는 폭력과 범죄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고 흡인력 있게 그려져서 꽤 볼 만합니다.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남자 대학생의 일상으로 점철된 도입부를 참고 견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스릴러적 재미가 충실한 반면에 대형 강입자 충돌기, 미니 블랙홀, 평행 우주 등등 용어를 쏟아부었어도 SF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우주와 김기호의 우주 사이의 관계, 왜 김기호의 우주에서 단순한 게임 어플리케이션에 불과한 것이 주인공의 우주에서는 절대적 힘을 갖는지 등에 대한 최소한의 설정이나 설명이 없는 점은 스릴러로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SF로서는 치명적인 결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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