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망

대략 지난 3월 이후로 개인 SF 위키 SF CAVE가 재개장되었습니다. 그동안 폐쇄된 간접적인 원인으로 본지의 특집 기사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어 찜찜하고 운영자분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는데, 정말로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를 계기로 생존 중인 SF 팬들의 SF 관련 인터넷 페이지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풀뿌리 SF 운동 다만, SF CAVE의 폐쇄 직전에, 모 장르소설 위키위키 운영자가 “위키위키는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개방성이 본질이여~”를 외치며 개인 위키에 대규모 편집을 감행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sfcave관리 블로그에서 위키 편집 회원 가입 신청을 받고 있긴 하지만, 커뮤니티로의 발전은 조금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2. 절망

이번 달 웹저널 ‘크로스로드’의 첫 꼭지 제목은 무려 “크로스로드 SF, 한국 창작 SF에 대한 애정과 소명”입니다. 그러나 첫문단의 ‘판타지와 더불어 SF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탄탄히 구축한 이영도’이나 둘째 문단의 ‘내로라하는 SF 전문가에서 작가의 영역까지 새로이 확보한 고장원 선생’이라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자기만족적인 관점에서의 자화자찬일 뿐입니다.

특히, ‘지난 10년에 못지않게 앞으로 나아갈 크로스로드 SF의 10년 그리고 그 이상이 한국 창작 SF의 발전에 좀 더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두 가지를 짚어 본다.

 하나는 크로스로드 창작 SF의 특징이다. 다섯 권의 엔솔로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작품에서 확인되는 것은 21세기 우리 현실을 토대로 한 작품들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작품 내 세계의 설정과 인물구성에 있어서 우리의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현대의 감각에 맞는 사건을 보이는 것이 주목된다. 넓게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외계 존재가 등장하거나 해도 사건이든 주제효과든 우리와 다른 세계의 것으로 지나치게 추상화되지 않는 점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스페이스 오페라와 같은 철지난 특정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SF의 여러 하위 갈래에 걸치는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SF의 장르코드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서구 SF의 주된 흐름들에 종속되지 않고 창의적인 면모를 갖춰 나아간다는 사실이다.’에 이르면, 그게 아니잖아요 이 병신님들아,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21세기 우리 현실을 토대로 한 SF가 도대체 무슨 SF겠습니까? 기껏 한물간 소설 장르의 현실 추수나 단순한 알레고리에 불과하지. 한국 SF들은 좀더 어깨를 가볍게 하고, 코딱지만한 지구의 손톱 밑 때만큼도 안 되는 한반도의 시공간을 벗어나 저 넓은 우주로 멀리멀리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웃기지도 않는 건 웹저널 ‘크로스로드’에 그동안 게재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유사-사이비-개허접-SF들이야말로 3,40년대 해외 원조 스페이스오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작품성을 겨룬다는 점입니다. SF의 장르코드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서구 SF의 주된 흐름을 제대로 소화하고 따라잡은 작품들도 거의 없는 현실에서 그에 종속되지 않고 창의적인 면모를 갖춰 나가겠다는 건 영화판에서 심 감독이 했던/하고있는/앞으로도 계속할 뻘짓을 소설판에서도 계속 되풀이해보자는 어처구니없는 닭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사다망한 가운데에서 한 호 한 호 업데이트할 때마다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러고 있을까, 혹은 나는 과연 무엇을 바라고 이런 악취미를 계속하고 있나 회의하게 됩니다만, 이러저러한 신선한 닭소리 개소리들을 접할 때마다 alt. SF가 먼저 죽나 저 닭과 개들이 먼저 멸종하나 한 번 해보자 이를 악물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4. 6. 8. 밤 10시,

alt.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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