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휴먼 디비전}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샘터.

저 유명한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후속편입니다. 3권 마지막에 콘클라베와 접촉한 지구는 이제 더 이상 CDF에 노인 신병을 보내지 않고, 개척 연맹은 약육강식의 우주 속에서 한정된 군사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정규전보다는 외교전에 치중하게 됩니다. 소설은 ‘B팀’으로 무시받던 외교팀이 능력을 인정받아 중요한 임무에 투입되어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따라가는데,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은 존 스칼지표 SF답게 흥미진진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두 권 분량을 통털어 ‘노인의 전쟁’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는 아주 느리게 풀려나가서 ({종이조이 이야기}부터도 좀 그랬지만) 이미 유통기한 끝난 시리즈를 인공호흡기 붙이고 억지로 우려먹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좀 찝찝합니다. 소설 구성상 어쩔 수 없지만, 시작할 때는 ‘B팀’이라고 무시당하더니 곧바로 우주를 종횡하며 각종 문제를 밝혀내고 해결하는 활약상을 펼치는 모습이 미국 대중문화의 흔한 영웅주의를 연상케하는 점도 읽는 재미를 감하고요.

에피소드들 중에서는 과학적 사고와 추론에 의한 문제 해결 과정과 관련된 정통(푸핫! 그렇지만 다른 표현이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SF스러운 재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B팀], [왕이 된 개], [반란의 소리]가 그나마 인상적이고, [비율의 문제]는 엽기적인 상상력이 좀 흥미롭습니다.

 {링월드} 레리 니븐 지음, 고호관 옮김, 새파란 상상.

이 리뷰를 읽는 분들 중 1993년에 도서출판 여울에서 나온 판본을 이미 읽었던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약쟁이 커플이 등장하는 사이키델릭 포스트모던 데카당스 SF 같은 저 알쏭달쏭한 표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재출간에 대한 본지의 악명높은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만일 계시다면 책꽂이에 꽂힌 낡은 책등을 힐끔 보고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새 번역으로 한 번 더 읽어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다시 읽은 [링월드]는 새삼 여러 모로 흥미진진합니다.

기억으로는 파티원이 모이자마자 곧바로 링월드에 갔었던 것 같은데, 외계인+남자인간+외계인2+여자인간으로 파티가 결성된 다음에도 링월드에 갈 때까지 이야기가 많았네요. 퍼페티어 행성에서의 에피소드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보다도 링월드에 도착하기 전까지 간접적인 방식으로 링월드에 대해서 탐사한 내용을 등장인물들이 논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링월드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그저그런 모험 SF에 불과하지만, 링월드 자체의 구조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부분은 출간된지 4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찰집니다흥미진진합니다. 70년대 하드 SF의 대표작으로 {링월드}가 빠지지 않는 것은 모두 이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피터 와츠가 {하드 SF 르네상스} 1권 165쪽에서 “행운을 가져오는 유전자(…)여 안녕.”이라고 비판하긴 했지만, 요즘 SF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쏭달쏭 양자역학이나 우주론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고전적인 물리와 수학만으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튼실하고 치밀하게 쌓아올린 모습에 경탄하며 느끼는 재미는 {중력의 임무}나 {라마와의 랑데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고전적인 하드 SF들을 읽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겠죠.

 {달을 판 사나이}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표제작 [달을 판 사나이]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동경이라는, SF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연료를 로버트 A. 하인라인 특유의 캐릭터ㅡ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지칠 줄도 모르며, 회의나 반성 따윈 애초에 그 사전에 없는, 오직 끊임없이 호통 치고, 자신을 제외한 인류 전체의 구제불능의 어리석음에 분개하며, 끊임없이 솟아나는 에너지로 세상 전체를 향해 자신만의 의지를 당당하게 밀고 나가는ㅡ에 가득 채워 쏘아올린 단편입니다. (집필 시기는 오히려 앞서지만 이야기 안에서는 뒤에 놓이는) [위령곡]은 제목과 제사부터 애틋한데, 막상 본문에서는 [달을 판 사나이]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린(이 부분 정말 안습입니다) 해리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편에서 못 이루었던 꿈을 마침내 이루어내는 결말은 눈물 없이 읽기 힘듭니다.

하지만 감동은 딱 여기까지. 나머지 네 편의 단편들은 SF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의, 엉성하고 허접한 모습을 아직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한데다가… 번역도 좀 끔찍합니다. 특히나… 남녀 주인공이 모두 반말 까는 게 무조건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빛이여 있으라”]를 읽어보면 어떨까 싶군요. 고전적인 할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의 재미를 담뿍 담고 있을 작품이, 상호 평등한 반말 속에서 아주 훌륭하게 쌩양아치 소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오픈 소스 혹은 카피 레프트를 70년 전에 소설화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안목은 언급해야 할듯 합니다.)

 {정거장} 클리퍼드 시맥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좋은 작품입니다. 영화(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거지발싸개 같은 리메이크 말고)”지구가 멈추던 날”이나 (이건 소설도 포함해서)”해변에서” 같은 50년대 할리우드 흑백 고전 SF들의 여유 넘치고 운치있고 하여간에 느긋하고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SF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특히 강추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공간적 배경은 미국 북동부 벽지의 산골 오두막이 전부이지만, 한꺼풀 아래에서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은하계의 기기묘묘한 외계인들이 쉴새없이 오갑니다. 여러 모로 아래의 {빅 타임}과 비교해볼만 하군요. 똑같이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우주 전체의 운명에 대해서 논하지만…)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심지어 CIA 요원조차!) 선량하게 그려진 점이 특히 특기할 만 합니다.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대를 짓눌렀던 3차 대전과 인류 멸망의 가능성이 작품 전체를 암울하게 짓누르고 있지만 이 여유로움, 이 따뜻함이 그 암울함을 막아내고 버텨냅니다. 차분한 문장과 고전적인 분위기, 자유로운 상상력과 절실한 주제 의식이 잘 어우러진 좋은 SF입니다.

 {빅 타임} 프리츠 라이버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여기저기서 이미 많이 언급되었지만, 상당히 산만하고 정말 많이 정신 나간 SF입니다. 참고견디고? 끝까지 읽을 독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군요. 일단 등장인물들부터가 모조리 제정신이 아닌데다가 작가도 정신줄을 놓았고, 번역자도 덩달아 정신줄을 놓은 소설입니다. 이러니 독자라고 제정신으로 읽을 수 있겠습니까?

알프레드 베스터를 읽는 마음으로, 더글라스 아담스를 읽는 자세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읽으면 뭔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나간 배경과 설정, 현란한 요설들 사이로 내비치는 것은 SF만의 소도구들을 빌려 완성된 꽤 볼 만한 밀실 미스테리와, 그 너머로 흘깃 보이는 것은 영혼의 진화에 대한 장대한 사변입니다. 좀더 정돈된 번역, 깔끔한 판본으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었던 게 어디냐, 싶기도 하군요.

 {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단숨.

그동안 한국의 SF 번역 출판 시장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하는 중국 SF입니다. 괴악하다고 밖엔 형용할 말이 없는 표지 때문에 겁먹은 채로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의외로 알맹이는 꽤 멀쩡해보입니다.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게임들이 대개 그렇긴 하지만, 게임적 요소는 완전히 거세된 기괴하고 작위적인 게임 ‘삼체’ 부분이 제일 베르베르스럽긴 한데, 작품 전체 안에서의 기능을 생각해보면 납득 못할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문혁의 광기를 인류에 대한 절망으로, 그리고 다시 외계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갈망으로 연결해나가는 설득력 충만한 서사는 영미, 일을 제외한 (그리고 특히 아시아 쪽의) 국가의 SF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점 중 하나가 무엇인지 뚜렷이 환기시켜 줍니다. 바로 막장의 현대사. (아래 {아직은 신이 아니야}의 명대사 “여기는 김일성과 박정희의 나라다. 이 나라 사람들은 믿고 싶은 말은 뭐든지 믿는다.”가 떠오릅니다.) 시야에 숫자가 보이는터미네이터 왕먀오의 도입부 에피소드는 싸구려 스릴러 같아서 게임 ‘삼체’와 함께 작품의 격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는데, 예원제의 과거 회상 속 에피소드들은 본격 문학의 박력으로 기울었던 무게 중심을 다시 되돌립니다.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최종적인 평가는 뒷이야기들이 모두 나온 다음에야 가능하겠지만, 그게 실제로 이루어질 지는 출판사도 모를 듯 하니 중간 결산을 해보자면) 이 한 권만으로도 사서 일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하겠습니다. 홍안 공정이나 삼체 항성계의 역사, 행성 간 함대의 출정 등의 부분에서의 장대하고 탄탄한 상상력은 출판사 책소개에서 아서 C. 클라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듀나 지음, 창비.

지난 호 리뷰란에서 소개한 단편 [하필이면 타이탄]이 포함된 연작 SF입니다. 염동력과 정신감응력을 갖게 된 인류가 인류를 넘어서는 이야기에 듀나 특유의 한국 사회ㅡ주로 정치와 교육 분야ㅡ에 대한 냉소가 무게추를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정치, 종교, 교육과 관련된 요소들이 이야기 안에서 긍정적인 기능만 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 같습니다. )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듀나의 최근 경향답게 사변적이고 화려합니다. 초능력에 대한 (유사)과학적인 설명은 등장하지 않지만 (과학적으로 규명되리라는 전망이 후반부에 제시되긴 합니다만) 그런 초능력이 가능해졌을 때의 세상의 변화, 개인들의 변화에 대한 상상력을 치밀하게 전개해나가는 부분에서는 누구나, ‘아, 내가 이래서 SF를 좋아한다니깐!’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그런 점에서가 아니더라도 [연꽃 먹는 아이들](이 제일!)과 [부적응의 끝], [나비의 집]이 특히 좋았습니다.

MAGAZINE

 [도사, 신선, 여래 그리고 보살] 박성환 지음, 과학동아 2013년 9월호

지금까지 두 바퀴 돌면서 제한적인 분량이 각 달의 작품들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였는데, 박성환 씨는 오히려 잡지 6쪽에 세 개의 이야기를 집어넣는 무리수발상의 전환을 선보였습니다. 원래 엽편 창작에 일가견이 있던 자신감의 발로였는지, 그 결과물도 꽤나 볼 만 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간결하면서도 압축적이고 재미있습니다.

다만,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에피소드와 닫힌 시간선을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에피소드로 기대감을 한껏 키워놓은 상태에서 별 내용 없이 분량만 채워 버린 세 번째 에피소드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본문 자체도 본문 안에서 비판하는 선문답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우리가 첫 번째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대해 하늘을 나튼 돗자리의 물리적 기제나 바둑판과 우주 사이의 객관적 상관 관계에 대한 명쾌한 규명을 요구하지 않듯이 세 번째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광속을 뛰어넘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한 규명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흥미로운 주제를 제시한 다음에 아무런 결론도 없이 말장난으로 끝내 버린 건 여러 모로 아쉬울 뿐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한 바퀴 돌았으니 평점을 내보죠.

1월호 [성스러운 생태계] : 3점 만점에 2점

5월호 [저는 로봇입니다] : 1점

9월호 [도사, 신선, 여래 그리고 원숭이] : 2점

박성환 씨의 세 편의 평균은 반올림해서 1.7점이군요.

 [너를 위한 이야기] 김보영 지음, 과학동아 2013년 10월호

마지막이라 그런지 김보영 씨가 너무 ‘멀리 나가버린’ 듯한 이야기입니다. 내용 파악부터가 쉽지 않은데 아마도 짧은 분량 속에서 김보영 씨 특유의 주제인, 현대인과 현대 문명 전체의 인식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언어와 사고의 분절성과 자아의 출현)를 다루면서, 다시 표층에는 고독과 절망에 닫힌 자아에게 구원이 열리는 주제를 올려놓고, 형식적으로는 단편적인 기록과 내적 독백 등이 교차하는, 세 명의 화자(혹은 설마 더 많이?)가 등장하는 너무 복잡한 구성을 취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구는 고사하고 입구마저도 없는 미로가 연상될 정도입니다. 심지어 끝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보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써 보아도 줄거리가 잡히지 않습니다.

김보영교의 충실한 신도들은 본지가 했던 것보다 더 정성들여 오래도록 꼼꼼히 읽으며 즐거움을 느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폄하하거나 도리어 숭배하는 바보가 되고 싶진 않군요. 고민 끝에 3점 만점에 1.5점 넣겠습니다. 그렇다면,

2월호 [단추 채우기] : 2점

6월호 [새벽기차] : 3점

10월호 [너를 위한 이야기] : 1.5점

지난 일 년 간 “과학동아” 덕분에 읽을 수 있었던 김보영 씨의 세 편의 짧은 단편들의 평균은 2.2점입니다.

WEB

  [우로보로스] 라퓨탄 지음, 웹저널 크로스로드 8월호, 9월호

다중 우주 사이에서 시공간 왜곡을 감시하는 ‘시공간관리사’들을 다룬 일종의 타임 패트롤물입니다. 작품 안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닫힌 시공간’이나 배경의 ‘광원’의 개념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점(‘닫힌 시공간’은 닫힌 우주와 혼동되기 쉽습니다. ‘닫힌 시간 곡선’을 가리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작품 안에서 설명이 상세하지 않군요), ‘박사’의 행동 동기가 (현실 세계의 ‘일부’ 개신교의 단순무식과 괴상망측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보기 전에-보지 않아도 믿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 아닙니까? 한 인간이 ‘주워서찾아서 가져다 돌려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게 정말 신일까요?), 마지막으로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린 부분이 꽤 보이는 점등은 다소 아쉽지만, 2회에 걸친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구성이나 발상, 서술이 모두 무난한 SF입니다. 괴작이 아니라 아쉽군요

 [비눗방울] pilza2 지음, 웹저널 크로스로드 10월호

‘비눗방울’에 대한 간접적인 관찰 부분에서 {링월드} 수준은 아니더라도 좀더 하드한 상상력이 발휘되었으면 어땠을까 아쉽지만, 그리고 ‘생명체’들의 정체가 밝혀진 부분까진 괜찮은데, 그 다음의 조치에 대해서는, ‘생명체’를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굉장히 중요하고 해결하기 힘든 문제처럼 제시하더니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던져버리는 부분은 꽤 무성의하다고 생각되지만, [우로보로스]와 마찬가지로 그럭저럭 읽을 만 한 단편입니다.

다만, 시대착오적인 사고 방식을 인간적인 것인양 내세우는 부분(주관적 시간 기준으로도 260살이라는데 말이나 행동이나 유치하기 짝이 없죠. 작가가 자신의 나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이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언급할 필요가 있어 보이며,

‘은하 연방’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을 배경으로 하면서 ‘내추럴’ 같은 영어 단어를 고유명사로 사용하는 부분이 주는 어색함은 이 작품의 테두리를 넘어서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영어권 SF에서 지시 대상의 속성에서 기인한 고유 명사를 영어 단어로 붙이는 것은 이야기 안에서의 세계와 언어와 무관하게, 작품 자체의 서술 언어와 겹쳐지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없지만, 한국어로 쓰인 소설에서 영어 단어가 고유 명사로 쓰이면 해당 어휘가 나온 바탕으로 이야기 속 세계에 다시 영어가 사용되는 현실 세계가 끼어들게 되어 부자연스러워집니다. ‘워프 웨이’로 ‘수십, 수백 광년 떨어진 별들 사이의 교류’가 며칠 만에 가능한 시대에서 과연 영어가 여전히 사용될까요? 그건 지난 80년대말 이래 여전히 일각에서 심심찮게 굴러나오고 있는 3류 한국 SF들에 대해서도 던질 수 있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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