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등으로 연말까지 다사다난했던(그러나 생각해보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과연 있었나 싶습니다) 2012년 한 해에도, 국내 창작 SF의 출간은 여전히 지지부진했습니다만, 고질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외 SF의 번역 출간은 꽤 활발한 편이었습니다. 아마 가장 큰 공신으로는 폴라북스를 꼽아야 하겠지만, 그 외에도 {영원의 끝}이나 {브레인 웨이브} 같은 (심지어는 {물고기 인간}도 나왔었지요) 고전들의 번역 출간, J. G. 발라드의 멸망 3부작 완역(2012년이라서였을까요?) 등도 빼놓을 수 없어 보입니다. 2012년 최고의 뉴스도 역시 {심연 위의 불길} 2권 출간보다는 폴라북스의 ‘미래의 문학’ 시리즈 출발 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직 두 권 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많이 팔리지도 않았을 필립 K. 딕 선집을 끝까지 밀어붙인 뚝심을 보면 내년 한 해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자, 그럼 alt. SF가 꼽은 올해의 SF를 시작합니다.

.

2012년 출간된 SF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분류 기준)

하이라이즈 제임스 G. 발라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발리스 필립 K. 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시간의 지도 펠릭스 J. 팔마 지음, 변선희 옮김 / 살림
제저벨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홍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브레인 웨이브 폴 앤더슨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2030년 그들의 전쟁 알버트 브룩스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초능력자 칸 신용국 지음 / My Dpot(마이디팟)
Mr. G 앨런 라이트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다산책방
존 카터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백석윤.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차동희 평전 – 상, 하 도기훈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브레인 해킹 김규봉 지음 / 골든북미디어
성스러운 침입 필립 K. 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스타터스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그 가공할 힘 C. S. 루이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성사
물에 잠긴 세계 제임스 G. 발라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티모시 아처의 환생 필립 K. 딕 지음, 이은선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데스스토커 1, 2 사이먼 R. 그린 지음, 천태화 옮김 / 모요사
바이오쇼크 : 랩처 존 셜리 지음, 종수 옮김 / 제우미디어
물고기 인간 알렉산드르 벨랴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불타버린 세계 제임스 G. 발라드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영원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창규 옮김 / 뿔(웅진)
프랑켄슈타인 (반양장)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크리스털 세계 제임스 G. 발라드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구르브 연락 없다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 / 펄프
작년을 기다리며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쿰을 쿠다 작가K 지음 / 청어람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애드리브 김진우 지음 / 북퀘스트
트랜스포메이션 장현정 지음 / 지식공감
데드 스페이스 : 순교자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정호운 옮김 / 제우미디어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필립 K. 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조이 이야기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메타트로폴리스 존 스칼지 외 지음, 홍인수 옮김 / 책세상
카오스 워킹 Book Three : 전쟁이 창조한 괴물 패트릭 네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데스스토커 : 혁명 1, 2 사이먼 R. 그린 지음, 천태화 옮김 / 모요사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지음, 이윤정 옮김 / 포레
심연 위의 불길 2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카운트 제로 윌리엄 깁슨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라포르 Rapport 노엄 슈펜서 지음, 최진우 옮김 / 하늘눈
유빅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리셋 지구 이재일 지음 / 새파란상상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정신기생체 콜린 윌슨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고마츠 사쿄 지음, 이동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10개월, 종말이 오다 최경빈 외 지음 / 황금가지
체이서 문지혁 지음 / 톨
헤일로: 크립텀 그렉 베어 지음, 정호운 옮김 / 제우미디어

SF가 아닌 것과 재번역 등이 두서없이 뒤섞여 있는데요, 이 중에서 다섯 권만 꼽자면,

.

5위

를 꼽기 전에 등외로 먼저 한 권을 언급해야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의 필립 K. 딕의 해였다고 하겠는데요, 같은 작가의 작품을 두 권이나 넣을 수 없어 별 수 없이 밀려났습니다.

‘발리스 3부작’ 중에서 가장 SF스럽고, 그만큼이나 3부작을 관통하는 중심 테마가 가장 효과적으로 소설화된 작품입니다. (사실 {유빅} 쪽이 모든 면에서 더 나아보입니다만, {유빅}은 아예 재번역이니…)

그럼 다시,

.

5위

정신 나간 작품입니다만, 이 책의 소개와 더불어 국내 SF 독자들의 한정된 시야가 보다 넓어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여러 면에서 수작이나 걸작보다는 괴작에 넣어야할 작품입니다만, 어찌되었건 재미있었으니 5위권 안에 넣습니다.

.

4위

 단편에서는 가려지던 아시모프의 모든 단점이 염치도 없이 매 페이지마다 고개를 바싹 쳐들고 있어 오글거리는 손으로 책장을 넘겨야 하지만, 진정한 SF팬이라면 고개 돌리고 외면만 해서는 안 되겠죠. 우리가 SF에게 기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게 뭐겠습니까. 인물? 구성? 문체? 여타의 장편 SF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시모프의 필력은 결코 본인이 바라고 의도하고 설정한 만큼 장대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은하계 전체에 걸친 제국을 무대로 하거나 일견 장대해 보이는 시간선을 동원하더라도 아시모프의 SF는 언제나 소규모 드라마일 뿐입니다), 아이디어 SF의 가장 본연의 모습과 재미를 간직한 고전으로서, (솔직히 다시 읽으라면 못 읽겠습니다만) 4위에 올립니다.

.

3위

4위에 아시모프를 넣은 것은 3위에 J. G. 발라드를 올리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아름답고 기묘하기로는 {크리스탈 월드}가 역시 더 낫습니다만, 재번역을 다시 꼽을 수는 없는데다 {불타버린 세계} 역시 만만치 않죠. 어떤 면에서는 {물에 잠긴 세계}와 {크리스탈 월드} 사이에서 3부작의 균형을 잡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2위

{영원의 끝}과 마찬가지로 SF의 가장 근원적인 재미를 간직한데다 인물이나 구성 면에서 그나마 좀더(아주 조금 더) 낫기 때문에 2위로 올립니다. {불타버린 세계}가 나머지 모든 면에서 훨씬 낫습니다만 보다 SF적인 건 이쪽이죠.

.

1위

{성스러운 침입}을 5위권 밖으로 제낀 것은 {작년을 기다리며}를 1위로 올리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발리스 3부작’ 같은 건 필립 K. 딕의 작품 세계 안에서 중요한 거지 사실 SF 안에서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죠. {작년을 기다리며}는 ‘발리스 3부작’ 등의 필립 K. 딕의 정신나간 개인적인 세계관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관심부터도 없는 일반적인 (보수적이고 완고하고 고루한) SF 독자들도 필립 K. 딕의 작품 세계의 정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좋은 SF입니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