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SF : 밀리터리 SF

“좇까시지 말입니다, 중사님!”

이것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육군의 이른바 사기 진작책 중 하나였지 말입니다

뭐, 여기까지 온 마당에 피차 체면 차리지 맙시다. 우리의 취향은 군대 이야기, 정확히는 우주 전쟁 이야기도, 외계 행성 전투 이야기도 아니고 그 퀴퀴한 사내 냄새 가득한 내무반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첫번째 버튼이 눌러졌던 대목을 맞춰볼까요? {스타십 트루퍼스} 71쪽(아니면 88쪽?), {영원한 전쟁} 17쪽(아니면 24쪽?), {보르 게임}은 아마도… 33쪽… (…아닙니까? 정말 부인하겠습니까?)
{캐치-22}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군대 이야기의 핵심은 구제불능의 부조리에서 나오는 블랙코미디입니다. 항성간 전쟁까지 가능할 정도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구태의연한 블랙코미디가 펼쳐지면 인간들의 어리석음은 정말 원죄처럼 떨칠 수 없는 그 무언가처럼 느껴질 정도이고요.
군대라는 부조리한 상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뭐니뭐니 해도 민간인이 군바리로 전환되는 가장 결정적인 지점인 훈련병 시절이기 때문에(기억나십니까, 훈련소의 취침 나팔 소리?) 원조 중의 원조인 {스타십트루퍼스}에서부터 {영원한 전쟁}이나 {노인의 전쟁}, 심지어 밀리터리SF보다는 스페이스오페라에 더 가까운 {마일즈의 전쟁}마저도 훈련소 장면이 꼭 들어가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정말로 흥미로운 건 모병제인 미국에 비해 대부분의 성인 남성이 군복무를 경험해 본 한국에서 창작 밀리터리 SF라고 떠올려볼 만한 작품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한국 SF의 미약함과 미숙함의 또 한 결과물일 뿐이겠지만요.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