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지난 호 특집 기사 쓰다보니 알게 된 건데, 시공사나 황금가지에서 냈던 근래 SF 단편집들이 다 절판이네요? 어라, 이러면 예전 단편집들 그만 수집하라고 하기 뭣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국내에 출판된 단편집 현황도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는 평범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물로, 국내에 출간된 해외 SF 단편집들을 모으고, 각 단편집들을 대표할 단편을 한 편씩 꼽아 보았습니다. (단, alt. SF의 기조에 충실하게, 공인된 대표작보다는 그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 위주로 추려봤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

이번 호에서는 해외 단편을 번역 출간한 앤솔로지만 다뤘습니다. 국내 창작 SF 앤솔로지라든지(국내편),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별 단편선(혼세편)은 추후 기회가 닿는 대로 다뤄보겠습니다.

 

일단 도표로 정리해보자면,

 

 

제 1 부

 

토탈 호러 (1993.6.20)

‘SF’라는 라벨의 반상업성 때문인지 ‘공포 미스테리’라는 뜬금없는 부제를 들고 나오고, 각 세 편씩 네 장으로 구성된 짜임새새 중에서 첫 장은 정말 SF가 아니라 호러에 가까운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출간된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 아직도 SF 팬덤 안에서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 커트 보네거트들의 문제작들이 버티고 서있는데다가 브래드버리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어 있고,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단편집의 압권은,

alt. SF의 선택 : 조지 R.R. 마틴의 [샌드킹]을 제외하고 나면 [만일 피에 굶주린 살인자가]와 [블러드 차일드]가 남습니다. 좀 더 마이너하게는 로버트 셰클리가 보여주는 군바리들의 지옥도로 하고 싶지만 시작이니까 얌전하게 ‘피와 체액과 알껍질로 뒤범벅된’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로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만일 피에 굶주린 살인자]가 남성들의 악몽이라면 [블러드 차일드]는 여성들의 악몽이라고 할 수 도 있을 듯 하네요

환상특급 (1994.2.18 )

역시나 또 부제로 환상을 내걸었지만 SF가 아닌 판타지 단편은 딱 둘 뿐입니다. 브래드버리의 단편들이 역시 약방의 감초처럼 또 끼어있고, SF 특유의 비전이 결말의 반전에서 번쩍이는 [동방의 별]이나, 실제 수록작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지만 팻 머피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같은 저명한 이름들도 보이지만 이 단편집에서 한 편을 고르라면,

alt. SF의 선택 : 배리 B. 롱이어의 [적과 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객관적으로는 톰 고드윈의 [차가운 방정식]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차가운 방정식]이 우주의 냉혹한 질서 앞에 선 왜소한 인간의 운명적 한계를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SF의 격조 높고 우아한 면모를 보여주는 단편이라면 [적과 나]는 말 그대로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온 SF의 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적과 나]의 서구중심주의적인 편협성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지구인 조종사가 불시착한 무인 행성에서 살아남는 과정은 로빈슨 크루소의 SF 버전이며, 감동적인 우정과 신뢰를 쌓아올리는 외계인도 결국은 프라이데이의 SF 버전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원초적인 재미를 그런 어른스러운 이성으로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는 일일 듯 합니다. 그러니까 백해무익한 줄은 잘 알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과, 다른 무엇으로도 충족이 안 되는 싸구려 달달함에 대한 갈망으로 종종 찾게 되는 불량 식품의 달콤한 죄책감. 어린 시절, 동네 골목 끝에서 느꼈던 막연한 불안과 설렘. [적과 나]는 당신과 내가 왜 SF를 읽는지 곰곰이 돌아보게 합니다.

코스믹 러브 (1994.10.30)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이전에는 젤라즈니의 단편을 구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가치가 좀 있었는데, 이제는 {드림 마스터}까지 나왔으니까 끝난 이야기고, 그러고 나면 남는 단편이 없습니다. [사람은 운명, 운명은 죽음]은 제목은 근사하지만 읽고 나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이름이 아깝고, [스타댄스]는 결말의 짧고 가벼운 감동을 위해서 너무 오랫동안 무중력과 무용에 대한 지루한 이야기를 참아야 합니다. [주린 눈을 가진 소녀]는… 넘어갑시다. 하여간 결론은요,

alt. SF의 선택 : 별 수 있습니까, 로저 젤라즈니의 [영원한 겨울]. 차선 따윈 없습니다. 젤라즈니하면 [전도서를 위한 장미 한 송이]지만, 이 단편집의 구린 번역으로는 차마 꼽아줄 수 없고, 보다 싼 맛이 강한 [영원한 겨울] 쪽이 이 번역으로도 읽어줄 만 합니다.

사이키 (1994.8.8)

아무래도 서울창작의 단편집은 {코스믹 러브}부터 하향세로, 이쯤 되면 슬슬 탄약 부족이 눈에 띕니다. 조안나 러스의 [작고 더러운 소녀]마저도 제대로 된 SF로는 볼 수 없으며, 셰리단 르 파누, 메리 셸리 등의 수상쩍은 이름들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메리 셸리가 수상쩍다니 웬 말이냐고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현대 SF의 로봇이나 안드로이드들보다는 중세의 골렘에 더 가깝고,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시 근대적 과학자보다는 파우스트 박사에 가깝습니다. 메리 셸리보다는 웰즈를 믿읍시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좀 구려도 베르느를 끼워넣는데까지는 이의 없습니다)

alt. SF의 선택 :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로버트 실버버그의 [성 디오니소스의 향연]. 차선으로는 C.J. 체리의 [카산드라]. 솔직히 차선이고 뭐고 애초에 이 두 편 외에는 SF가 없습니다.

SF 시네피아 (1995.5.20)

탄약이 부족하니까 이제 영화 쪽을 깔짝거리기 시작합니다. 편집자인 박상준 씨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SF 영화 팬이기도 한데, 이 앤솔로지는 아마 그 취향의 반영일지도 모르겠군요. 덕분에 걸작 SF 영화들의 원작인 걸작 SF들을 감상할 수 있게된 건 감사한 일이지만요.

alt. SF의 선택 : 걸작들 속에서 고민한 끝에 A.E. 반 보그트의 [진홍색의 불협화음]입니다. [파수]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도 좋긴 하지만 둘 다 각각 작가들의 단편선집에서 구해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고, 앞서 밝혔듯 잘 알려진 S급, A급보다는 A급 같은 B급을 재조명해보고자 한 결과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페이스 비글} 정도는 정말 재간되어도 좋을 고전인데 영 소식이 없군요.

토탈 호러2 (1995.12.25)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앤솔로지 시리즈가 {토탈호러}의 영광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내놓은 단말마의 비명입니다. [샌드킹]의 조지 R.R. 마틴을 다시 불러온 것이나, H.R. 기거의 일러스트들을 다시 끌어들인 것 모두 그 일환이었을 텐데, 조악한 표지 디자인과 편집, 한계에 다다른 수록 작가들까지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습니다. 다른 앤솔로지들은 꼽아야 될 작품들이 많아서 고민인데 이 책은 없어서 고민이군요.

alt. SF의 선택 :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조지 R.R. 마틴의 [나이트 플라이어]. 너무 길어서 지루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읽어줄 만 한 SF 단편입니다. 차선도 없는데, [나이트 플라이어]를 제하고 나면 할란 엘리슨의 [나는 입이 없다, 그러나 비명을 질러야 한다]가 유일하게 SF로 넣어줄 만 하지만 (그리고 훨씬 더 유명하긴 하지만) 번역이며 편집이 모두 거지 같아서 들여다 보기조차 싫을 정도입니다. (국내에 제대로 된 작품이 소개된  적 없이 그냥 이름만 엄청 유명한 작가들이 몇 있고, 실제로 작품 들어오는 거 보면 듣던 것 만큼 대단하지 않아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할란 엘리슨 또한 그렇지 않을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좋은 소설 중에는 시처럼, 번역으로 건질 수 없는 부분을 정수로 간직한 작품들도 있고, 할란 엘리슨도 거기에 해당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세계 SF 걸작선(도솔) (1993.7.5)

아래 {세계 휴먼 SF 걸작선}과 함께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이라는 제목으로 합본되기도 했습니다. ‘마니아를 위한’이라는 수식어는 좀 무리가 있지만 SF 팬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첫 손가락으로 꼽을 법한 앤솔로지가 도솔에서 나온 두 권의 ‘세계…SF 걸작선’ 시리즈입니다. 앞권이 보다 고전적이고 정격적인 재미와 감동에 치중했다면 뒷권은 나름 당시로서는 최신 사조인 사이버펑크까지 끌어들여서 기존의 고전적 재미와 감동에 익숙해 있던 독자들에게 산뜻한 충격을 주기까지 했었죠. 2010년대에 돌아보면 참 옛날 얘기긴 합니다만…

alt. SF의 선택 : 도솔 출판사로 돌아오니 다시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습니다만, 래리 니븐의 [변하는 달]로 하겠습니다. [죽은 과거]와 [지구의 푸른 산]이야 너무 대단하고 유명하니까 넘어가고, [용과 싸운 컴퓨터 이야기]나 [모하메드를 죽인 사람들]의 재치와 유머도 대단하긴 하지만 추천 쌔울 정도까지는 아니고, 감동의 측면에선 우선 [아홉 생명]이 꼽히고 [내가 당신들을 처음 발견했다]도 만만치 않지만 래리 니븐의 [변하는 달]도 그에 못하지 않는,기발하거나 신기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과학적 논리에 기반해서 성실하게 이야기를 쌓아올린 수작입니다. 마지막 문장이 유머러스하다기보단 오만하고 재수 없지만 그 정도야 봐줄 만 하죠.

세계 휴먼 SF 걸작선 (1994.8.1)

이쪽 얘기도 앞서 묶어서 했으니 alt. SF의 선택만 하고 넘어갑시다.

alt. SF의 선택 :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만, 정말 머리에 총 겨누고 하나만 꼽으라고 강요한다면 울면서 브루스 스털링의 [스파이더 로즈]로 하겠습니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애초에 SF가 아니고(아무리 감동적으로 교훈적이어도!), [은하치과대학]이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주는 건 사실이지만 권선징악은 너무 순진하고 진부하니까 미안하지만 넘어가고, [째째파리의 비법]과 [채소 마누라]가 훌륭한 작품인 건 인정하지만 SF적 재미로는 모자란 느낌이 있고, [사기꾼 로봇]이 딕의 수작인 건 잘 알지만 딕은 너무 유명한데다 단편집까지 다섯 권이나 나와 있고 장편 선집도 나오고 있으니 심통이 나서라도 미래의 이질적인 감수성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스파이더 로즈]로 하죠. 참, 이 작품에 반해서 셰이퍼/메카니스트 시리즈에 기대치 높였다가 {스퀴즈매트릭스}에서 실망하신 분 혹시 또 계신지?

세계 SF 걸작선 (1992.10.10)

출간 시기로는 오히려 [토탈 호러]까지 제치고 국내 SF 앤솔로지들의 종조宗祖라고 할 만 한 단편집입니다. 수록작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양까지 고려한다면 도솔의 앤솔로지들을 압도하는 면도 있고요. 이런 단편선들이 쏟아졌던 92년 가을부터 94년 8월까지는 돌이켜 보면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95년 5월부터는 그리폰 북스가 나왔었지요.) 소위 빅 쓰리의 단편이 모두 모여 있는 앤솔로지라는 점도 특기할 만 합니다.

alt. SF의 선택 : 아이작 아시모프의 [전설의 밤]이 너무 눈부셔서, 이걸 제쳐놓으면 뭘 뽑아야 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데요… 호리 아키라의 [태양풍교점]으로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온 하드 SF 단편을 또 보신적 있는지 여쭤보겠다고 하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시간여행 SF 걸작선 (1995.8.1)

이후로 ‘종교와 과학’ 같은 주제별 앤솔로지 혹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나  ‘하드 SF’ 같은 서브 장르 앤솔로지 등이 나오긴 합니다만 이건 2000년대 이후 이야기고, 90년대 중반에 특정 주제 혹은 서브 장르 쪽 앤솔로지가 묶여 나오는 걸 본 건 정말 제목과 차례만으로도 경이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주제별 / 소제별 앤솔로지가 드물지 않게 된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보더라도 고전적 수작들이 모여있는 아주 좋은 앤솔로지입니다.

alt. SF의 선택 : 코니 윌리스의 [화재 감시원]말고 도대체 뭘 꼽을 수 있을까요? 삐딱하게 보면 [화재 감시원]이 주는 감동과 재미는 코니 윌리스 특유의 입담에 80%는 기인하고, SF 자체로서는 별로 정교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습니다만 역사학의 차가운 거시성에 대한 소설의 통렬한 비판이 시간 여행이라는 SF적 장치 외에 어디서 더 가능할지 생각해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저리 밀어두고. 그러고 보면 데이비드 브린의 [시간의 강]을 꼽게 되는군요. SF라기엔 너무 사변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감각적이고 우아해도 결국 판타지 단편인 [파리의 사월]이나, 오히려 정반대로, 통속적인 장르 SF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 사나이]나 [영원으로의 비행]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선사하는 수작입니다.

코믹 SF 걸작선 (1995.8.1)

슬슬 고려원 앤솔로지도 바닥을 보입니다. 제목으로 ‘코믹 SF’를 내걸었는데 정작 웃기는 작품은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게 이 책의 제일 웃기는 점이니 말 다 했습니다. 슬슬 alt. SF도 지쳐가는데 결과나 보죠.

alt. SF의 선택 : 노먼 헌터의 [소리지르는 시계]로 합시다. 그 외에 ‘코믹 SF’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단편을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모프의 유치한 유머 감각도 나쁘지는 않고 에릭 프랭크 러셀의 군대 유머도 괜찮지만 문장 레벨에서부터 코믹 SF를 지향한 작품은 찾기 힘들군요. 

 

제 2 부

 

세계 여성소설 걸작선 (1994.8.10)

어, 저기 부제 권별로 각각 있는 건 알지만, 그냥 묶어서 정리하고 넘어갑시다. 왜 정직하게 SF라는 라벨을 제목에 붙이지 않았냐는 의견들이 꽤 많은데, 제대로 꼼꼼히 훑어보면 제대로 SF스러운 작품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페미니즘이라는 테마의 특성상 뉴웨이브처럼 형식부터가 전위적이 되기 쉬운 것도 사실은 사실이겠습니다만. (그러고 보면 전통적인(정통적인?) SF의 어법 자체가 본질적으로 남성중심주의가 배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그나마 SF를 긁어내서 고르자면,

alt. SF의 선택 : 코니 윌리스와 팻 머피의 단편들이 제일 정상적인 SF 모양새 아래 페미니즘적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도솔 앤솔로지에서 이미 갖다 썼죠. (그러고 보면 새삼 {세계 휴먼 SF 걸작선}이 대단해 보입니다) 둘 빼고 고르자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로 하겠습니다. 앞의 두 작품만큼이나 정상적인 SF의 이야기 뼈대를 갖추고 있고, 그 위에 남성과 여성,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잘 담아냈습니다.

반전 (1994.09.15)

SF만의 앤솔로지는 아니고, 미스테리와 서스펜스, 호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준급 단편들을 수록했습니다만, 여기서는 아시모프의 SF 단편에만 주목해보죠.

alt. SF의 선택 : 대개들 아시모프의 단편 중에서 제일 하드하다고 할 만 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꼽으시겠지만 alt. SF에서는 엇나가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노래하는 종]으로 하겠습니다. 소설 자체의 반전은 그다지 기발하지 않지만  ‘노래하는 종’의 설정이 주는 고색창연한 옛 SF의 이미지가 재미있습니다. 지구를 제외한 우주 전체가 신비로운 공백이었던 옛 시절이 전적으로 그립다고까지는 못하겠지만, 그 시절의 정서가 담긴 작품들이 주는 독특한 맛의 매력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스티븐 백스터의 {안티 아이스} 등 복고적인 스팀 펑크 SF들이 노리는 것도 그런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선글라스를 쓴 모차르트 (1996.1.25)

브루스 스털링이 편집한 사이버펑크 앤솔로지 {Mirrorshades}를 토대로 몇몇 단편을 덜어내고 더해서 만든 기묘한 단편집입니다. 거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떠오르는 편집이죠. 국내의 진지한 SF 독자들 사이에서 사이버펑크는 예전에 한 물 가버린 유행 정도 취급되는 것이 현실인듯 한데, 그래도 최소한 {Mirrorshades} 정도는 온전하고 제대로 번역되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이 단편집은 조악한 번역과 엉성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펑크 계열 취향의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면이 있습니다.

alt. SF의 선택 : 윌리엄 깁슨과 마이클 스완윅의 [공중전]으로 하겠습니다. [크롬 태우기]나 [메모리 배달부 조니] 쪽이 훨씬 유명하고 깁슨류 사이버펑크의 핵심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인 건 알지만, [공중전]에 담긴 인생과 인간 관계, 인간 자체에 대한 뒤틀린 시각, 니힐한 감성을 뿌리칠 수 없군요.

사이버 섹스 (1997.12.13)

어디 가서 제목을 이야기하거나 책표지를 꺼내놓기 전에 한참 동안이나 망설여야만 하는 앤솔로지입니다. 예문 같은 나름 멀쩡한 출판사에서 이런 식으로 책을 내놓았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이런 제목, 이런 표지의 앤솔로지가 존재하고 있는 건 사실은 사실입니다. 책장을 펼쳐 목차를 보면 의외로 멀쩡한 SF 앤솔로지라는 게 또 한 번 충격을 줍니다.

alt. SF의 선택 : 프레데릭 폴의 [아날로그 사랑]. 대개 커트 보네거트나 조우 핼드먼(해당 앤솔로지의 표기를 존중해서 쓰는 걸 원칙으로 했는데, 이쯤 되면 후회스럽기 짝이 없군요), 할란 엘리슨 등의 이름이 눈에 먼저 띄지만ㅡ보네거트의 경우에는 이름보다 제목이 더 두드러집니다만ㅡ엘리슨과 보네거트는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 방향으로 통상적인 SF에서 좀 멀리 나가 있고, 홀드먼의 작품도 좋긴 하지만 셋을 제외하고 나면 [아날로그 사랑]은 범상한 제목으로 그냥 넘기기엔 꽤 보석처럼 반짝이는 SF 단편입니다. 다소 허풍스러운 가벼운 어조가 거슬리는 건 아니지만 우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SF적 비전을 돌연 뒤집어 현실을 풍자적으로 비추는 결말은 통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플레이보이 걸작선 (2002-11-25)

검은 표지를 배경으로 돋보이는 황금빛 보타이 토끼 마크가 무색하도록, 그리고 수록 작가진들도 굉장히 화려하지만, 평범하고 무난한 단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플레이보이}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고 외치는 듯한 앤솔로지입니다. 발간 직후에도 실망스럽다는 평이 좀 있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 기대치를 낮추고 보니 오히려 진면목이 새삼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나 아서 클라크 급의 고전부터 필립 K. 딕과 레리 니븐을 지나 J. G. 발라드 등의 전위적인 작품에 커트 보니거트 2세, 로리스 레싱 등의 주류 문단, 게다가 루셔스 셰퍼드 같은 사이버펑크까지 끼워넣은 2권짜리 단편집을 읽기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죠. 어쩌면 이번 특집은 이 앤솔로지를 재발견하기 위한 것이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alt. SF의 선택 : 그래서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좀 망설여집니다만, 로버트 셰클리의 [내가 이렇게 해 주면 느낌이 오니?]로 하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얼굴 붉히지 마세요! ‘플레이보이’의 타이틀을 내 건 앤솔로지에서만 볼 수 있는 SF로는 이 만 한 게 없지않습니까!!! 게다가 유쾌하고 깔끔한 결말은 또 어떻고요!

세상의 생일 (2003-12-18)

가드너 도조와의 이름은 이전부터 유명했는데 막상 국내에 번역된 편집 앤솔로지는 빠진 단편들을 세 번째 권으로 낼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조금 언급되었을 뿐 SF 팬 사이에서 특별히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이건 2000년대 초반 출간된 앤솔로지들에 모두 공통되는 부분입니다. SF 팬덤 자체의 와해(혹은 소멸 혹은 희석)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고, 직접적으로는 PC 통신의 종언 이후 그나마 요즘처럼 공짜로 책 뿌려서 인터넷 서점에 스팸 넘치게 하는 싸구려 마케팅독자 서평 이벤트마저도 없었던 당시로서는 독자들의 의견이 모일 접점이 없기도 했던 것도 있겠지만, 하여간 지금까지도 허구헌 날 아시모프 아니면 테드 창 타령일 뿐, 근래 출간되는 SF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나 평가 정리는 별로 찾아보기 힘든 것은 그때와 별로 달라진 바가 없고, SF 팬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alt. SF의 선택 : 표제작이 따로 있으니 표제작 제외하고 자유롭게 제일 좋은 한 편 고르면 될까요? 그렇다면 낸시 크레스의 [구세주]로 하겠습니다. 외계에서 온 수수께끼의 물체 주변에서 펼쳐지는 구질구질한 인간들의 군상과 대비되는 무심하고 시크한 결말이 멋집니다.

유전자가 수상하다 (2004-04-30)

“유독 빠르게 발전하는 SF문단에서 고전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 전 작품만을 지겹게 읽어왔다면, 지금 여러분이 들고 있는 책은 따끈따끈한 최신작을 맛보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 쌓인 격차를 성큼 따라잡는 실마리를 던져줄 것입니다.”라는 뒷표지의 오만한 소개글이 인상적인데, SF가 아닌 것을 가져다 놓고 ‘그러니까 이게 SF의 최전방’이라고 우기는 건 아닌지 (그러니까 유전자가 아니라 도조와가 수상합니다) 의심이 살짝 들 정도로, ‘따끈따끈한 최신작’들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어지럽습니다. 표제작부터가 SF보다는 미스테리에 가깝고, [래글태글 집시, 오!]는 아예 SF가 아니며, [밀로와 실비], [만병통치약]은 [보보를 찾아서]만큼이나 SF적 색채가 엹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J.G.발라드의 단편들도 비슷한 인상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쪽은 전위적인 맛이라도 있지, 이쪽은 오히려 기존의 다른 장르들을 기웃거리는 퇴보적 인상이라 달갑지 않습니다.

alt. SF의 선택 : SF 장르 자체의 혁신이라면 반갑지만 그렇지 않으니 오히려 일반적인 SF관에 충실한 작품을 고르겠습니다. 스티븐 백스터의 [오리온 전선에서]도 신나는 하드 스페이스오페라입니다만 다분히 군국주의적 의혹까지 일 수 있는, 마초적인 분위기가 걸리니 보다 재미는 덜 하지만 앨러스테어 레이놀스의 [화성의 거대한 벽]으로 하겠습니다.

오늘의 SF 걸작선 (2004-04-16)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던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의 최신 SF들이 이렇게 빨리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 주목 받았지만 막상 표지를 열고 보니 딱히 눈에 띄는 화끈한 작품들이 없어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비슷한 시기 나온 시공사의 ’21세기 SF 도서관’ 시리즈와 엮어서 ‘표지에 SF를 크게 박았다 망한 책’이라는 말도 들었던 것 같고요. 지금 돌이켜 보자면 여전히 40년대 케케묵은 고전 중심의 한국식 감각에 요즘 영미권 최신 SF의 흐름은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생소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한 편을 고르면…

alt. SF의 선택 : 애초에 이 특집은 기획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7년 전에 읽은 600쪽이 넘는 단편집의 22편의 단편들 중에서 뭘 어떻게 대표작과 선정작을 골라낼 수 있겠습니까. 이건 완전히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파는 짓이었습니다. 그냥 눈 감고 한 편 고르는 게 낫겠지만 양심상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되는 대로 이리저리 책장을 넘기며 희미한 인상을 되살려 본 결과, 테리 비슨의 [나는 그 빛을 보았다]로 하겠습니다. 다시 뒤적여 보니 좋은 SF들이 많군요. 테리 비슨도 크게 빠지는 편은 아니고, 대응 구조의 암시로만 재치있게 끝낸 깔끔한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최후의 날 그후 (2007.7.18)

포스트 홀로코스트 앤솔로지로는 지난 달에 번역 출간된 {종말 문학 걸작선} 2권을 넣으면 더 이상 외롭지 않겠습니다마는, 이전까지는 주제별 앤솔로지의 한 축을 담보하던 앤솔로지입니다. 묵직한 책의 질량감 만큼이나 수록 작가진들의 면면을 보면 감탄할 수 밖에 없는데, 막상 한 편만 고르라면 딱히 집어낼 수작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alt. SF의 선택 : 월터 M. 밀러 주니어의 날카로운 서문으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래서는 안 될 테고, 굳이 고르라면 J.G. 밸러드의 [터미널 해변]으로 하겠습니다. 영미권 SF들이 서구의 시각을 담고 있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비난만 하기 힘든 일이지만, 냉전의 가장 직접적인 SF적 반영 중 하나라 할 포스트 메가워 단편들에 담겨 있는 서구 중심주의적 편협한 상상력들은 좀 참아주기 힘듭니다. 상투적인 도덕극의 이면에는 (서구) 문명의 퇴보 혹은 헤게모니 상실에 대한 공포만이 가득합니다. 애초에 비서구권 독자들이 공감을 느낄 여지가 전혀 없죠.  제임스 발라드의 난해한 단편에 감도는 세기말 특유의 무력감과 병적인 종말론적 분위기는 오히려 가장 양심적으로 보입니다.

갈릴레오의 아이들 (2007-06-07)

평소에는 모르고 살아가도 SF를 읽다보면 가끔씩 거슬려지는 게 동양과 서양의 종교관의 차이입니다. 때문에 무지하고 오만한 기독교와 맞서 싸워 온 서구 자연과학의 어제와 오늘을 SF에서까지 대면하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고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멀리 미국까지 갈 것 없이 우리 주변에도 만연하고 있죠), 문제 의식을 소설로서 충분히 이야기 안에 녹여내지 못하고 딱딱하고 피상적인 우화 수준에 머문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 앤솔로지 또한 그런 서투른 작품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만…

alt. SF의 선택 : 아서 C. 클라크의 [별]은 그런 상투적이고 진부하고 도식적인 대립 구조를 넘어 절묘한 아이러니로 과학과 신앙을 조망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전설적 걸작입니다.  때문에, alt. SF는 제임스 앨런 가드너의 [인간의 혈류 속에 뱀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세 번의 청문회]를 선택하겠습니다. 긴 제목만큼이나 종교와 과학, 정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훌륭한 사고 실험이자 화끈한 대체역사물이기까지 하니 더 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SF입니다.

하드 SF 르네상스 (2008-10-15 / 2008-11-10)

분책인 건 시공사 쪽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건 아예 표제도 따로 없으니 그냥 하나로 묶어 끝냅시다. (어차피 제대로 끝난 기획도 아니고요) 수록 작가 면면도 꽤 괜찮고, 무엇보다 하드 SF 성향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제목부터가 기대치를 상향 조정합니다만, 막상 읽어보면 의외로 소프트해서 마치 김 빠진 맥주…도 아니고 아예 맥주 대신 맥콜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출간 당시에도 이런 의견은 있었죠. 그래도 쥐어짜고 쥐어짜서 하드한 작품을 추려내고, 대표작이고 대안이고 구별 없이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꼽아보자면,

alt. SF의 선택 :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로 하겠습니다. 하드 SF 역시 SF이고, 피상적인 선입견처럼 실제 과학과 강력하게 연결된 작품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며, SF로서 성공적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하드 SF 역시 SF의 한 스타일일 뿐이며, 그렉 이건의 이 단편은 그러한 스타일이 잘 살아난 수작입니다.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2009-12-21)

부제가 ’10대를 위한 SF 걸작선’인데, 아마도 ‘미국 10대를 위한 SF 걸작선’이거나 alt. SF의 감각이 요즘 10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수식어를 제외하고 SF 앤솔로지만으로 평가하자면 눈에 띄는 망작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심심한 맛. 이거다, 하고 꼽을 수 있는 결정적인 작품도 안 보입니다.

alt. SF의 선택 : 대표작으로 꼽을 만 한 작품은 딱히 없고, 대안이고 뭐고 추천작 하나 고르자면, 로그렉 반 에커트의 [우주비행사가 될래?]로 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지만 미국 애들에게는 친숙할 법한 동화책의 어법으로 SF 특유의 냉혹한 비전을 담아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성인은 물론이거니와 SF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청소년들에게도 충격과 전율을 줄 만 한 작품입니다.

SF 명예의 전당 : 전설의 밤 (2010-06-30)

아하, 이거 정말 하드코어 모드로군요. 본토에서 고르고 고른 걸작들 중에서 그것도 대안적 대표작 한 편을 고르라니, 수록 작가들의 목록만 봐도 그냥 두 손을 들고 싶어집니다. 시대 제한이 있으니 딱 고전적 걸작들인데, 이 시대적 편향만 제외하면 그냥 입 닥치고 우러러 보는 게 제일 현명한 선택일 듯 합니다. 어쨌거나 두 눈 질끈 감고 고르면,

alt. SF의 선택 : 제임스 블리시의 [표면장력]으로 하겠습니다. 기본 설정에 무리가 많고, 전형적인 서구 남성 판타지로 끝나는 결말도 시시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바깥을 향한 불굴의 호기심이라는 SF의 원초적인 로망이 감동적으로 잘 담겨 있는 불멸의 고전입니다.

SF 명예의 전당 : 화성의 오디세이 (2010-09-15)

이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표제작은 표제작이니까 넘어가고, 만만치 않게 대단한 대니얼 키스와 로저 젤라즈니의 걸작들도 객관적 최우수작으로 같이 넘기고 나면 뭘 꼽아야 될지 막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alt. SF의 선택 : 앨프리드 베스터와 코드웨이너 스미스, 테오도어 스터전 사이의 삼파전입니다. 이름만 봐도 아시겠지만 이번 특집 최대의 고민입니다. 셋 다 꼽으면 안 될까요? …그래서는 안 될 테니 스스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하나만 고르자면, 코드웨이너 스미스의 [스캐너의 허무한 삶]으로 하겠습니다. [소우주의 신]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다른 둘의 강렬함에 비하면 살짝 밋밋한 느낌이고, [즐거운 기온]도 충분히 미친 SF 단편이지만 [스캐너의 허무한 삶]이 보여주는 기괴하고 낯선 정서의 충격에는 조금 못 미친 느낌입니다.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2011-08-19)

지역별 SF 앤솔로지란 정말 보기 드문 것이 국내 SF계의 슬픈 현실입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앞서의 많은 앤솔로지들이 미국 SF 앤솔로지지만, 제정신으로 진지하게 그런 얘기를 할 수는 없죠) alt. SF에서도 리뷰한 바 있으니 그냥 선택이나 하고 끝냅시다.

alt. SF의 선택 : 표제작은 살짝 과학적 설정이 가미되어는 있지만 근본은 심령물이니 넘어가고(알라딘 서점의 독자 서평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들이군요),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반응이 제일 좋은 듯 하고, 의외로 [스틱스]에 대한 평도 후한 것 같습니다만, alt. SF는 9월호리뷰에서 그랬듯이 미로슬라프 잠보흐의 [소행성대에서]를 밀겠습니다.

마치며 : 이로써 애독자 여러분께서는 alt. SF 13호의 업데이트를 무려 2주 가까이 밀리게 한 원흉을 다 보셨습니다. ‘국내편’은 일 년 뒤에나 기력을 추슬러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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