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영 옮김, 오멜라스(2011.06.30)

이 눈부시게 원초적인 강렬함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입니까! 르귄이 커피라면 버틀러는 T.O.P라고나 할까요? 가장 기묘한 상상력의 초능력물, 소름끼치도록 처절하고 절박한 여성주의 소설, 투쟁과 소유, 지배와 포용과 치유, 협동이라는 인간, 인간 관계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을 가장 낯선 방식으로 탐구한 SF… 어울리는 게 불가능해보이는 범주들을 그것도 한가운데를 모조리 꿰뚫은 작품입니다.  뒷표지의 ‘매거진 오브 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의 추천사가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토탈 호러}의 그 섬뜩했던 단편 [블러드차일드]를 떠올려 본다면 이 충격이 어느 정도 수긍은 되지만, 단편이 아니라 장편에서도 그 강렬했던 느낌이 그대로ㅡ아니, 더 힘차게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 절로 혀가 내둘러집니다. 안얀우가 처하는 상황은 남성 독자라도 절로 몰입하게 만들며, 절대 악의 화신이라 할 도로마저도 설득력 있게 형상화되어 있어 쉽게 미워하거나 증오할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지는 두 불멸자들의 애증의 드라마는 신화적 아우라마저 휘날립니다. 그냥 소설로 읽기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도로와 안야우, 그리고 자손들의 하나 같이 기묘하고 독특한 초능력들, 그리고 근대 과학의 용어를 빌리지 않고 표현되는 안야우의 인체에 대한 고찰 등은 SF 특유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샘터(2011.06.30)

전작 {유령 여단}의 역자 후기에서 이수현 씨는 {유령 여단}을 ‘제국의 역습’에 비유했는데, 그 비유는 시리즈 전체로 확대해도 되겠습니다. 스타워즈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3편은 홀랑 벗고 뛰어 다니는 레아 공주부터 시작해서 뜬금없는 곰돌이들, 상상력이 바닥 났는지 무슨 쌍쌍바도 아니고 하나 더 있었다고 울궈먹는 데스 스타까지, 이야기가 끝난다니 어쩔 수 없이 봐준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절로 유도하는 졸작이 아니었습니까. {마지막 행성}은 그 정도로 시리즈 전체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졸작은 아닙니다만, {노인의 전쟁}의 유쾌한 참신함이나 {유령 여단}의 강렬한 씁쓸함에 대해 내세울 특징이 없습니다. 주인공 존 페리부터가 재활용에 적합한 캐릭터는 아니었던 듯 하고(한가로운 개척 행성에서 전원일기 찍으며 잘 지내다가 다시 우주 모험에 뛰어드는 대목은 심지어 작가마저도 별로 설득되지 않은 듯 합니다), 은하계의 판도와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다니는 가족은 그야말로 밸런스 붕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릅니다. 2편에서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지고 커질 대로 커진 떡밥들을 1편의 가벼운 주인공으로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 군데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WEB

지난 달에는 리뷰할 웹 단편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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