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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들린다] 김재한 지음, 네이버 캐스트, 2011.04.15

무난한 단편입니다. 기본 아이디어인 뇌와 직접 연결되는 무선 네트워크 단말기란 사이버펑크물에서는 진부한 클리셰가 된지 오래지만 기존의 SF 전통에서 올라온 것이 아닌, 와이파이와 스마트폰 세대의 감성에서 길어올려진 이야기는 느낌이 신선합니다. (덕분에 본격적인 SF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만.) 파국의 시작에 대한 과학적 개연성이나 대파국으로의 확장되는 결말은 사실 억지스럽고 비약이 심하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욕심내지 않고 단편소설에 걸맞게 많지 않은 등장인물, 넓지 않은 배경, 복잡하지 않은 사건으로 서술해나간 단정한 솜씨가 마음에 듭니다. 

 [미래 도둑] 김보람 지음, 네이버 캐스트, 2011.04.29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작가가 살짝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요. 터부 따위 체면이나 이성 따위 모두 시속 200km로 그냥 집어 던져버리고 기본 아이디어를 갈 수 있는 데까지 밀어붙일 대로 밀어붙여버린 광기어린 투지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런 글을 읽는 날이 오다니, 하는 감격을 언급하자니 살짝 오버스럽긴 한데, 사실이긴 합니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채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잡아챈 시선을 끝까지 붙잡아 시야의 한계 바깥까지 끌고 나가는 방법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꾼이, 출산과 육아라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에 도사린 공포와 불안, 양심과 집착을 소재로 인간 마음 속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거침없이 들어갑니다.

터부와 맞닿아 있는, 선정적이고 쇼킹한 소재로 인한 일차적인 흥분과 전율일까, 짐짓 냉정을 가장해 자문해보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확실히 아니라고, 고개가 내저어집니다.

플롯은 잘 돌아가고 등장 인물의 성격과 심리, 행동은 모두 사실적이며, 남성 화자와 여성 화자의 시점 배분으로 사건의 안팎을 골고루 비추는 수법도 적절해서 독자의 감정이입을 능란하게 이끌어냅니다. 감각적으로 굉장히 세밀한 묘사, 액션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필사적인 몸부림인 폭력 역시 호소력이 커서, 이야기에 도사린 광기와 절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공모전 특성상 불가피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잭 피니의 영향보다는 오히려 그렉 베어의 {다윈의 라디오}와 스타니슬라프 렘의 {솔라리스}가 떠오릅니다. 전자는 갑작스러운 진화에 대한 기존 인류의 공포, 후자는 구원 없는 냉혹한 우주에서의 무의미한 속죄와 집착, 양심의 문제.

소설로서 나무랄 데가 없고 호러와 SF의 혼성 장르소설로서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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