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을 읽지는 않았지만, 르네상스 이후 근대 과학적 내러티브가 오컬트 전통의 힘, 특히 백마법과 흑마법 사이의 길항 관계를 어떻게 포섭하여 사이언스 픽션 장르로 발전했는지 수록작을 통해 이야기해보겠다능.

[바빌론의 탑 (Tower of Babylon)]은 흑마법사들의 상징인 바빌론의 음녀가 사는 탑이 틀림없다능. 탑은 남근의 상징이고, 남근이 결핍된 흑마법의 여사제가 링감 에너지의 결핍을 해소하고자 상징적인 남근인 바빌론의 탑을 쌓으려다가 분노한 남신 야훼의 저주를 받아 파멸하는 내용이 틀림 없다능. 탑의 건축술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르네상스 이후 단절된 솔로몬의 석공들의 비밀 회합과 비밀 의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거라능.

[이해 (Understand)]는 인간의 이해 저 너머에 있는 금단의 지식을 얻기 위한 백마법사와 흑마법사의 대결을 통해 근대 이성이 비추지 못한 인간 내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인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의 대립을 상징한다능. 또 에로스의 백마법과 타나토스의 흑마법의 대결 끝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성배는 황금양털사제단들이 그토록 꿈꾸었던 마음의 보완의 비의를 상징한다능. 

[영으로 나누면 (Division by Zero)]의 본문 곳곳에 삽입된 수식들은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이자 불세출의 연금술사였던 뉴턴이 남긴 마지막 방정식이라능. 뉴턴이 미적분학을 개발한 건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아틀란티스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해법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능. 마지막 방정식은 말년에 인간적 연민에 사로잡힌 뉴턴이 교단의 명령을 어기고 대중들에게 아틀란티스인으로 각성할 수 있는 뉴런 코드를 수식이라는 암호 형태로 남긴 거라능. 수식의 특정 항을 영으로 나누어 연쇄적인 해를 구하면 알집으로 압축된 암호가 풀리는 거라능.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Four Lives)]는 평생 동정 위대한 백마법사로 살아온 테드 창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능. 테드 창은 본업인 컴퓨터 매뉴얼 라이터로서의 삶 외에도 사이언스 픽션 작가로서의 삶, 개인적이고 자연적인 삶, 그리고 감춰진 비밀의 삶인 위대한 동정 백마법사로서의 삶, 모두 네 가지 인생을 살고 있다능. 이 단편은 네 번째 인생인 백마법사로서의 삶이 마법사 특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하는 시점에서 진솔하게 고백되고 있다능.

[일흔두 글자 (Seventy-Two Letters)]는 카발라 신비주의를 기반으로 인간이라는 골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까발리는 심오한 작품이라능.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인 멘델은 사실 카톨릭 신부이기 이전에 게마트리아 비의에 정통한 랍비였다능. 소설에서 멘델은 완두콩 재배 실험을 통해 식물의 유전자 코드를 규명하고 동물 유전자 코드, 인간 유전자 코드를 차례로 카발라-게마트리아 비의를 통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유전자 코드가 누군가에 의해서 보완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추적한 결과 아틀란티스 지배층의 적계 후손인 백마법사 집단, 인류 보완 위원회와 맞닥뜨리게 된다능. 1만년 전에 고등 영장류의 염색체를 1차 보완해서 현생 인류를 만든 것이 바로 인류 보완 위원회의 전신인 아틀란티스 노동청이었다능. 인류는 원래 아틀란티스의 범용 인간형 노동 골렘이었고, 아틀란티스의 침륜 이후 골렘 공학 3원칙이 해제되어서 무차별하게 번식하고 진화하게 된 거였다능. 인간을 다시 신아틀란티스의 노동 골렘으로 되돌리려는 인류 보완 위원회의 음모를 주인공 멘델이 세피로트 해킹을 통해 뒤집는 마지막 장면은 현대 유전공학과 전산학, 고대 밀교의 비의가 한데 어우러지는 사이언스 오컬트 픽션 계의 압권이라능.

[인류과학의 진화 (The Evolution of Human Science)]는 소논문 형식을 빌려 영성의 시대를 맞이하는 물병자리 시대 과학계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조망하는 작품이라능. 고대의 주술은 중세에 점성술과 연금술로 발전했고, 중세의 점성술과 연금술이 다시 근대 천문학과 화학으로 퇴보한 지금,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끈이론은 다시 자연과학의 잘못된 세계 해석을 본연의 총체적 신비주의의 세계관으로 되돌아가는 시점에서 기존의 과학자들은 다시 최첨단 신비주의적 자연 이해와 자신들의 기계론적 과학적 세계관 사이를 매개해줄 메타 미디어로서의 샤먼-양자역학 무당과 엠브레인 영매가 필요하게 될 거라능.

[지옥은 신의 부재 (Hell Is the Absence of God)]는 기독교 개신교의 편협한 세계관에 대해 그들이 지금까지 알면서도 무시해온 유대교의 질투하는 신과, 질투 대상인 근동의 여러 자연신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폭로하는 소설이라능. 주인공은 귀신을 볼 수 있는 은사를 입어서, 귀신 들린 사람들을 주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안수 기도의 권위자라능. 주로 눈에 보이는 귀신을 발로 차고 손으로 때려서 내쫓는다능. 그런데 어느 날 찾아온 의뢰인이 아무리 안수 기도를 해도 안 듣는 거임. 알고 보니 정체는 지옥에서 올라온 베엘제붑으로, 그동안 주인공이 쫓아낸 귀신들의 복수를 위해 주인공에게서 귀신을 볼 수 있는 권능을 소멸시켜 버리고 만 것이라능. 귀신을 볼 수 없게된 주인공은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신의 부재가 아니라 귀신의 부재가 기독교 개신교도에게는 참을 수 없는 지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능.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 다큐멘터리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는 르뽀르따쥬 기법으로 차밍 마법의 효용에 대해서 다룬 작품이라능. 차밍 마법은 대상체 자체의 외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상체를 바라보는 관찰자들의 시신경과 시각 처리 피질에 작용하기 때문에 의뢰인은 자신의 의뢰가 이루어졌는지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능. 따라서 의뢰인과 시술자 사이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 마법에 대해 소설은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의뢰인들의 다양한 반응과 업계 종사자들의 고충들을 전달함으로써 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아가 근대 철학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적 신경생리학의 결합을 통해 근대적 자아의 허구성에 대해서 고찰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능. 그래도 테드 창을 읽지는 않았지만 테드 창 팬이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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