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ff-line

 10월의 SF는 카렐 차페크의 {도롱뇽의 전쟁}이다. {R.U.R.}에서 후대의 로봇 관련 SF들에서 나타날 모든 사변의 싹을 집대성했던 필력은 여전해서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 노동할 수 있는, 그러나 인간이 아닌 존재의 눈을 통해 20세기 초반,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으로 공포와 불안, 폭력에 찌든 서구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데, 학문과 종교, 문화와 예술이 모두 군국주의적 국가주의의 기치 아래 묵묵히 복무하는 문명의 광기 어린 모습이 식물에 가까운 순수한 거울에 비치는 광경은 같은 인간으로서도 절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

§ on-line

 황태환의 [경계]가 SF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본문에서 테드 창을 언급해서? 2) 초능력물이니까? 3) 차원 어쩌고 하면서 심리학 교수가 썰을 푸니까? 4) 웹진 크로스로드에 SF라고 실렸으니까?

정답은 5번 같은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대중소설의 장르 경계는 빛의 스펙트럼처럼 비분절적이고 이 작품은 SF와 판타지의 가장 흐릿한 경계선 위에 놓여 있고, 오히려 가장 뚜렷한 것은 서스펜스물의 색채이다. 작가의 출신은 감추기 힘든 것일까? 유체 이탈로 시작해서 테드 창의 [이해]의 영향이 희미하게 풍기는 끝을 뺀다면 우연히 납치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이 객관적 증거의 결핍과 경찰의 불신, 범인의 시치미 속에서 발버둥치다 결국 스스로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진다는 중반부의 가장 큰 플롯은 히치콕이 떠오른다.(질이 아니라 종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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